면역매개 괴사근육병(immune-mediated necrotizing myopathy)은 특발성 염증근육병의 일종으로, anti-3-hydroxy-3-methylglutaryl coenzyme A reductase (anti-HMGCR) 항체, anti-SRP 항체,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C형간염바이러스, 신생물딸림증후군, 결체조직질환 등과 관련된다[1,2]. 이 중 antiHMGCR 근육병은 HMGCR이라는 콜레스테롤 대사조절에 관여하는 효소에 대한 자가 면역 항체의 작용으로 인하여 발생한다[3]. 면역매개 괴사근육병과 anti-HMGCR 항체의 연관성은 2010년에 처음 보고되었으나[4]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서 관련된 항체 검사가 도입된 병원은 극소수이며 스타틴(statin) 복용으로 유발된 anti-HM GCR 항체 양성인 면역매개 괴사근육병의 증례는 국내 보고된 바가 없다. 이에 anti-HMGCR 항체 양성이 확인된 면역매개 괴사근육병의 사례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65세 여자 환자가 7개월 이상 지속되는 보행장애와 양측 하지의 근력 저하로 내원하였다. 계단 오르기와 앉았다가 일어서는 데 점차 어려움이 있었다. 과거력으로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었으며 telmisartan 40 mg, atorvastatin 10 mg을 3년 동안 1일 1회 복용 중이었고 특이 가족력은 없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양측 하지의 근위부 근력이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grade 4로 관찰되었으며 Gower 징후가 양성이었고 이외의 근력 저하는 명확하지 않았다. 감각 저하는 보이지 않았고 심부건반사 또한 특이 소견은 없었다. 이학적 검사에서는 근육 위축 및 피부 병변 등의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혈액 검사에서 미오글로빈(myoglobin) 1,200 ng/mL 이상, 크레아틴키나아제(creatine kinase) 5,876 IU/L,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이효소(aspartate aminotransferase) 146 IU/L,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alanine aminotransferase) 185 IU/L로 상승되었다. 심전도는 정상동 리듬이었으며 트로포닌(troponin) I 수치는 정상 범위였고 흉벽경유심초음파 검사에서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형광 항핵 항체(fluorescent antinuclear antibody)가 양성이었으며, 다른 자가면역질환 관련 혈액 검사는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 종양표지자, 신생물딸림 자가 항체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근전도 검사에서는 앞정강근, 안쪽 장딴지근, 가쪽넓은근, 넓다리곧은근, 엉덩허리근, 위팔두갈래근, 어깨세모근에서 양성예파(positive sharp wave) 및 잔떨림(fibrillation)이 관찰되었고, 앞정강근, 가쪽넓은근, 엉덩허리근, 위팔두갈 래근, 어깨세모근에서 운동단위전위(motor unit potential)의 진폭과 지속시간의 감소 및 다상성 전위(polyphasic wave)가 나타나 근육병을 시사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 피부근육염, 다발근육염, 봉입체근육염 및 면역매개 괴사근육병 등의 감별을 위하여 추가 검사를 시행하였다. 우측 외측광근 에서 근육 생검을 시행하였고, 중등도의 근섬유 크기의 다양성, 근육섬유막의 섬유증 증가 및 소량의 괴사성 섬유가 보였으며 불균일적색근육섬유, 테두리 공포, 네말린 소체, 글리코겐 축적, 비정상적인 지질의 축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이는 염증성 근육병 중 면역매개 괴사근육병이 의심되는 소견이었다(Fig. 1). 이에 anti-HMGCR 항체 측정을 위한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 (ELISA) 검사를 시행하였고, 156 unit (기준치: <20 units)로 크게 상승된 수치가 확인되었다. 해당 검사에는 QUANTA Lite HMGCR ELISA kit (Inova Diagnostics inc., San Diego, CA, USA)를 사용하였다.
환자는 면역매개 괴사근육병으로 진단하고 스타틴 복용 중단 후 메틸프레드니솔론(methylprednisolone) 1일 1 g을 5일간 정맥주사로 투여하였고 투여 2일부터 양측 하지 근위부 근력이 MRC grade 4+로 호전된 소견을 보였다. 5일간의 메틸프레드니솔론 투여 후 퇴원 시점에서 미오글로빈은 여전히 1,200 ng/mL의 측정 한도를 넘기는 수치를 보였으나 크레아틴키나아제 981 IU/L,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이 효소 56 IU/L,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 125 IU/L 등의 수치는 이전보다 훨씬 감소하였다. 이후 경구 프레드니솔론 제제로 변경하여 용량을 점차 줄이도록 하여 퇴원하였다. 퇴원 후 2달 시점에서 외래에서 추적 관찰하였을 때 미오글로빈은 719.4 ng/mL로 호전되었고 크레아틴키나아제는 1,893 IU/L 로 증가하였으나 증상은 이전에 비하여 더욱 호전되고 있었다.
고찰
스타틴 복용 환자들 중에서 대략 1년에 10만 명당 2-3명의 비율로 근위약과 크레아틴키나아제 상승을 보이는 근육병이 발생한다[5]. 대부분은 스타틴 복용을 중단하면서 자연 호전되지만 이들 중 일부인 면역매개 괴사근육병 환자는 스타틴 복용 중단 이후에도 근위약이 지속되는 특징을 보인다. 50세 이상인 anti-HMGCR 근육병 환자의 37.5-94%가 스타틴 복용 중이었다는 연구가 보고되기도 하였다[6,7]. 질환이 발현되기까지의 스타틴 복용 기간은 2개월에서 10년까지 다양하였고, 평균적으로는 3년이었다[8]. 고용량의 스타틴을 복용시 스타틴과 연관된 근육병의 발병률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까지 anti-HMGCR 근육병과 스타틴 복용량과의 관련성은 규명되지 않았으며, 스타틴 복용량의 증가가 면역매개 근육병에 있어 환경적인 촉발요인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9]. 스타틴 복용력이 없는 anti-HMGCR 근육병의 경우에는 발병 연령이 더 어리고, 치료에 대한 예후가 좋지 않았다[1,7].
면역매개 괴사근육병 중 anti-HMGCR 근육병은 스타틴의 복용이 근육 및 여러 조직 내 HMGCR 발현을 증가시키고 이는 항원전달세포(antigen presenting cell)에 의한 비정상적인 처리과정 및 cryptic epitope의 생성을 증가시켜 자가면역 반응을 유발하여 발생한다. HMGCR의 양적인 상승 이외에도, 스타틴에 의한 HMGCR 단백의 구조적인 변화 및 암과 같은 질환에서의 HMGCR의 구조적 혹은 유전적 변이가 면역원성(immunogenicity)을 유발한다[10]. 근육 생검은 근섬유의 괴사 및 근육세포의 재생을 보이며, 피부근육염이나 다발근육염과는 다르게 림프구 침윤 및 염증 소견은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7,10].
현재까지 anti-HMGCR 근육병의 치료에 대해서 무작위 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이 진행된 바는 없다. 스타틴 중단 이후에도 면역조절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고 주로 코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가 처방되고 있으며, 준수한 초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5,7]. 다른 면역억제제가 추가되는 경우도 빈번하며 정주 면역글로불린, 혈장분리교환, methotrexate, azathioprine, cyclosporin, mycophenolate mofetil, rituximab 등이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1,7,8]. 치료 이후에도 근위약이 지속되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본 증례는 스타틴 복용 중인 50세 이상의 환자에서 발생한 근위부 근위약, 크레아틴키나아제 상승, 근전도 검사 상에서 관찰된 근육병 양상을 보여 근육생검 및 anti-HMGCR 항체 검사까지 양성 소견이 관찰된 면역매개 괴사근육병의 사례이다. 국내에서 근육생검으로 확진하였던 환자들은 다수 있지만, anti-HMGCR 항체 ELISA 검사 결과까지 양성으로 확인되었던 사례는 매우 적다. 본 증례와 같이 스타틴을 복용하며 명확한 크레아틴키나아제의 상승이 관찰되거나, 스타틴 복용 중단 후에도 지속적인 근력 저하를 보여 면역 매개 괴사근육병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근육병리 검사와 anti-HMGCR 항체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