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 염증근육병(idiopathic inflammatory myopathies)은 다발근육염(polymyositis), 피부근육염(dermatomyositis), 봉입체근육염(inclusion body myositis) 및 면역매개 괴사근육병(immune-mediated necrotizing myopathy, IMNM)으로 분류되며, IMNM에서는 아급성, 대칭성 근위부 위약과 중증의 근육효소수치(creatine kinase, CK) 상승과 목굽힘근, 연하곤란, 호흡곤란과 근육통이 자주 동반된다. IMNM의 근육 병리 소견으로 괴사 근섬유와 재생 근섬유가 미미한 염증 소견과 함께 관찰되며, 이는 면역체계에 의한 직접 또는 간접적인 근육세포의 손상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 3-hydroxy-3-methylglutaryl coenzyme A (HMG-CoA) reductase (anti-HMGCR) 근육병은 IMNM의 아형으로, 2010년에 처음으로 기술되었으며[1], 관련인자로는 스타틴 복용력, anti-HMGCR 항체, anti-SRP 항체, 결체조직 질환,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및 종양 등이 거론된다[2]. 또한 다른 근육병들에 비해 영구적인 근육 손상과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저자들은 anti-HMGCR 항체 양성인 스타틴 복용력이 없는 환자에서 급속도로 진행하여 호흡곤란으로 이어진 신생물딸림 근육병을 경험하여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73세 남자 환자가 약 1달 전부터 서서히 진행하다가 최근 4일 전부터 악화되는 보행장애와 양측 상하지 근력저하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계단 오르기와 머리감기 등에 장애를 호소하였고, 진찰 당시 앉았다 일어나기 등의 동작도 어려웠다. 과거력에서 전립선암의 기왕력은 있었으나 수술 후 호르몬 치료만 받고 있었고, 그 외 복용하는 약물은 없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감각저하 및 뇌신경 마비 소견은 없었으나 양측 하지 근위부가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Grade 3+, 양측 하지 원위부가 Grade 4, 양측 상지 근위부가 Grade 4 정도로 근력이 감소되어 있었다. 호흡이나 삼킴 근육의 위약은 없었으며, 근육통은 없었다. 혈액 검사에서 근육효소수치(creatine kinase, CK)는 16,000 IU/L (<210 IU/L)로 상승되어 있었다.
근육병이 의심되어 시행한 신경근전도 검사상 신경전도는 정상이었고, 근전도에서는 우측 위팔 두갈래근, 우측 위팔 세갈래근, 우측 첫째 배측 골간근, 우측 앞경골근, 우측 가쪽 넓은근과 우측 긴 종아리근에서 양성예파(positive sharp waves)와 잔떨림(fibrillations) 및 근원성의 운동 단위 전위(myopathic motor unit potentials)가 관찰되었다.
엉덩이 부분을 포함한 하지 자기공명영상에서는 엉덩이 근육과 넓적다리의 대부분의 근육에서 광범위한 부종, 염증 및 조영증강을 보여 염증근육병에 합당한 소견이었고, 특히 넓적다리는 내측 구획(모음근)을 좀 더 두드러지게 침범하였다(Fig. 1). 근전도 및 영상 검사 소견과 임상 양상으로 염증근육병으로 판단하였고, 근생검과 자가항체 검사 및 종양 선별 검사 등을 실시하였다. 좌측 큰모음근 근생검에서 근세포의 다양성이 현저하게 증가되어 있었고, 괴사 근세포와 재생 근세포가 면역세포의 침윤과 함께 관찰되어 괴사근육병으로 진단하였다(Fig. 2).
흉부 컴퓨터단층촬영과 전신 양전자방출단층촬영-컴퓨터단층촬영에서 종격동 림프절에 암 소견이 의심되었고, 조직 검사에서 편평상피암(squamous cell carcinoma)을 시사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Fig. 3). 자가항체 검사에서는 스타틴 복용력은 없으나 anti-HMGCR 및 anti-neuclear 항체는 양성이었고, anti-Jo1, anti-Sm, anti-RNP 항체 및 신생물딸림 항체(anti-Hu, anti-Ri, anti-Yo 등) 등의 자가항체들은 음성이었다. 신생물딸림 anti-HMGCR 근육병으로 진단하였고, 정주 면역글로불린(0.4 mg/kg/day for 5 days, 입원 후 6일째) 및 고용량 정주 스테로이드(1 g/day for 5 days, 입원 후 14일째)를 사용하였다. 면역글로불린과 고용량 스테로이드 정주를 하였으나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하지의 근위부는 MRC Grade 1-2, 하지의 원위부는 Grade 2-3 정도로 악화되었다. 또한 입원 20일째 삼킴근과 호흡근이 악화되어, 비위관을 삽입하고 기계환기를 위해 중환자실로 전동하였다. 암에 대해 종양내과 의뢰한 결과에 따라 환자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항암 치료는 보류하였다. 중환자실 입실 후 추가적 면역글로불린 치료(0.4 mg/kg/day for 5 days, 입원 후 21일째)를 시행하였고 경구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였다. 입원 후 50 일경부터 호흡과 근력이 조금씩 호전을 보였으며, CK도 1,300 IU/L (<210 IU/L)로 감소되었다. 입원 80일째 경구 스테로이드(prednisolone, 15 mg/day) 및 면역억제제(azathioprine, 100 mg/day)로 유지하면서 양측 상하지의 근력은 근위부 Grade 2-3, 원위부 Grade 3-4 정도이고, 자발 호흡은 가능한 상태로 비위관과 기관절개관 유지 중이다.
고 찰
본 증례는 급속히 진행하는 양측 상하지의 근력저하, 혈청 CK 상승 및 침근전도에서 근원성 변화가 관찰된 경우로, 근생검에서 괴사근육병에 부합되는 소견과 anti-HMGCR 항체 양성을 보여 스타틴의 기왕력이 없는 anti-HMGCR 괴사근육병으로 진단하였다. 정주 면역글로불린과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였으나 반응이 저명하지 않았으며, 종양스크리닝 검사에서 종격동 림프절에 편평세포암이 발견되어 폐암 기원이 의심되었으나, 환자의 전신 상태가 악화되어 항암 치료는 시행하지 못하였다.
최근에 많이 사용하는 스타틴은 근육병을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약제이며, 임상 소견에 따라 1)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 2) 경미한 CK 상승을 보이는 근육통(정상치의 5배 이하), 3)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스타틴 유발성 근육병, 4) anti-HMGCR IMNM으로 나뉜다[3]. Anti-HMGCR 근육병은 매우 드물며, 스타틴을 복용하는 사람들 중 매년 100,000명당 2-3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 스타틴의 노출력이 없는 경우에서도 anti-HMGCR 근육병 발생이 보고되며(27.3-45.6%) [1,5], 특히, 암과의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다[6]. Kadoya 등은 암과 anti-HMGCR 항체를 함께 가지고 있는 환자군에서 예후가 좋지 않았으며, 암과 근육병이 비슷한 시기에 발병함은 암이 anti-HMGCR 근육병 위험인자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하였다[6].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암의 위험성은 대조군에 비해 anti-HMGCR 근육병에서 높지 않았다는 상반된 연구도 있어[7],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다.
Anti-HMGCR 근육병의 발생기전은 면역유전학적 요소와 환경적 유발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추정된다. 스타틴 등의 유발인자들이 여러 조직과 세포에서 HMGCR의 과발현을 유도하면, HMGCR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처리과정(processing)을 거친다. HMGCR 변이, cryptic epitope 또는 HLA 분자들의 다형성(polymorphism) 등은 T세포 수용기를 활성화시켜 자가면역을 유도하고, anti-HMGCR 항체가 HMGCR 등을 포함한 다양한 항원과 반응함으로써 근세포의 면역매개 손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8].
IMNM은 양측 상하지를 침범하는 진행성 근위부 위약(특히 넓적다리의 내측 및 후방 구획, 엉덩이 부위), 중증의 CK 상승(1,000-10,000 IU/L), 근전도에서 관찰되는 근원성의 운동 단위 전위와 근생검에서 보이는 근세포의 괴사, 근세포의 재생 및 드문 염증 소견을 특징으로 한다[8,9]. 스타틴 복용력이 있을 경우에는 스타틴 중지 후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면역조절 치료를 요하며, 최근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정주 면역글로불린, 면역억제제 등의 표준 면역 치료에 반응이 없는 중증인 경우 rituximab 등의 보다 적극적인 치료에 대한 의미 있는 반응이 보고되고 있다[2,10].
염증성 근육병이 의심되는 증례에서 조기에 광범위한 자가항체 검사와 근생검 및 종양 스크리닝을 시행하여, 신생물딸림 anti-HMGCR 근육병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정주와 면역글로불린을 사용하였으나 증상이 급격히 진행하여 연하곤란과 호흡곤란까지 발생하였고, 추가적 면역글로불린 정주와 경구 스테로이드 및 면역억제제 요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켰다. 따라서 급격히 진행하는 사지 근위부 근력 약화와 CK 상승, 근생검에서 괴사근육병 소견이 보인다면 스타틴 복용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광범위한 자가항체 검사를 포함한 여러 위험인자에 대한 스크리닝이 필요하며 좀 더 적극적인 면역요법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