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대상포진후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PHN)은 대상포진의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피부 발진이 치유된 후에도 지속되는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을 특징으로 한다[1]. PHN은 일반적으로 대상포진 발생 3개월 이후까지 지속되는 통증으로 정의되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4-6주 이상 지속되는 통증을 PHN으로 간주하기도 한다[1-3]. 통증의 시간적 경과에 따라 급성 통증(30일 이내), 아급성 대상포진신경통(30-120일), 그리고 대상포진후신경통(3개월 이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1-3]. PHN의 진단은 대상포진의 병력과 지속되는 통증의 임상양상만으로 가능하지만, 치료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PHN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며, 수면 장애, 우울증, 불안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4]. 최근 대상포진 백신의 도입으로 PHN 발생률을 낮추는 데 일부 성공을 거두었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PHN으로 고통받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PHN의 역학, 병태생리, 임상 증상 및 최신 치료 방법에 대해 고찰하고, 효과적인 관리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본 론
1. 역학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는 전염력이 매우 높은 헤르페스바이러스로, 주로 공기 전파나 직접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1,5]. VZV의 1차 감염은 대부분 소아기에 발생하고 수두(chickenpox)라는 비교적 경미한 질환을 유발하나, 청소년이나 성인기에 발병할 경우는 심한 증상으로 발현되기도 한다[5]. 수두는 특징적인 피부 발진과 발열을 동반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합병증 없이 자연 치유된다[5].
초기 VZV 감염 후, 바이러스는 감각신경절에 잠복하여 평생 동안 숙주 내에 존재하게 된다[5]. 이 잠복 상태는 대부분의 경우 무증상으로 유지되며, 인구의 90% 이상이 VZV에 대한 면역을 가지게 된다[5,6]. 그러나 특정 조건에서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 대상포진(herpes zoster)이 발생할 수 있다[6,7].
대상포진은 잠복해 있던 VZV가 재활성화되어 특정 신경절을 따라 피부 발진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1,5]. 이러한 재활성화는 주로 세포성 면역이 저하된 상태에서 발생하며, HIV 감염, 악성종양, 면역억제제 사용, 척수 방사선 조사 등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5,6]. 특히 노화에 따른 면역 기능의 저하로 인해 고령자에서 대상포진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5,6].
역학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30%가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대상포진을 경험하며, 그 중 51%는 60세 이상에서 발생한다[1-3]. 특히 85세 이상의 고령자에서는 50%가 대상포진 병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발병률이 높다[6,7].
대상포진의 가장 흔하고 심각한 합병증은 대상포진후신경통(PHN)이다[1]. PHN은 대상포진 환자의 10-15%에서 발생하며, 피부 발진이 치유된 후에도 지속되는 만성 통증으로 정의된다[1,2,6]. PHN 환자들은 통증 외에도 감각 이상, 우울증, 불면증,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을 경험하며, 이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4].
2. 증상
PHN의 주요 증상은 통증이며, 이는 대상포진 발진이 있었던 피부 영역에 국한되어 나타난다[1,2]. PHN의 통증은 그 특성과 강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1]. 환자들은 흔히 지속적인 통증을 경험하는데, 이는 따갑고, 가렵고, 쑤시며, 찌르는 듯한 감각, 또는 박동성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1,2,6]. 이와 함께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예리한 통증도 특징적인데, 이는 마치 전기가 오는 것 같거나 피부가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동반한다[1,2].
PHN 환자의 약 50%에서는 이상감각(paresthesia)이나 이질통(allodynia)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질통은 정상적으로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가벼운 자극에도 심한 통증을 느끼는 현상이다[1,2,7]. 특히 흉곽, 사지, 몸통 등에 이질통이 발생할 경우, 옷이 살짝 스치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1,2,7].
3. 치료
대상포진의 치료와 예방에 있어 조기 개입과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대상포진 발생 초기, 특히 72시간 이내에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시기에 항바이러스제(acyclovir, famciclovir, valacyclovir)를 투여하면 PHN으로의 이행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7,11]. 통증 관리를 위해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를 병용하며, 이에 반응이 없을 경우 항경련제 등 대상포진후통증 치료제나 스테로이드 추가를 고려한다[7,9].
예방 측면에서는 2006년 이후 도입된 대상포진 백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60세 이상 노인에게 권장되었고, 이 연령대에서 대상포진 발병을 50%, PHN를 66%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되었다[11,12]. 이후 연구에서 50-59세 연령대에서도 백신이 대상포진을 약 7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2011년부터 미국에서는 50세 이상 성인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11,12]. 최근에는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recombinant zoster vaccine, RZV)이 개발되어 더 높은 예방 효과를 보이고 있는데, RZV는 50세 이상 성인에서 97%의 예방 효과를 보이며, 기존 생백신(ZVL)에 비해 더 오랜 기간 효과가 지속된다[11,12]. 한국에서도 2012년 이 후 대상포진 백신이 도입되어 50세 이상 성인에게 1회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11,12]. 최근에는 RZV도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면역저하자를 포함한 더 넓은 연령대에서의 접종이 고려되고 있다[11,12].
약 40-50%의 환자들이 진통제 투약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약물요법은 PHN 치료의 핵심이다(Tables 1, 2) [6,7,9,10]. 미국 및 유럽신경과학회의 권고지침에 따르면, 가바펜틴(gabapentin), 프레가발린(pregabalin), 리도케인(lidocaine) 패치, 아편 유사 진통제, 삼환계항우울제 등이 1차 치료제로 추천된다[7,10,13].
항경련제인 가바펜틴과 프레가발린은 PHN 치료에 높은 효과를 보이며 1차 치료제로 권장된다[3,7,10,13].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프레가발린이 가바펜틴보다 통증 완화와 수면 개선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3,14]. 그러나 두 약물 모두 어지러움, 졸음, 말초부종 등의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13]. 가바펜틴은 1일 1,800-3,600 mg, 프레가발린은 1일 300-600 mg 용량으로 사용된다[3,14].
삼환계항우울제(TCAs)는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 불면 등의 동반 증상 개선에도 효과적이며, 아미트립틸린(amitriptyline), 노르트립틸린(nortriptyline) 등이 주로 사용되고, 특히 노르트립틸린은 부작용이 적어 노인 환자에게 선호된다[3,15,16]. 이 약물들은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 수면 장애 등의 동반 증상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반면, 선택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는 PHN에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3,15-17].
아편유사진통제는 강력한 진통 효과를 제공하지만, 부작용과 의존성 위험으로 인해 2차 치료제로 고려되며, 트라마돌(tramadol)은 비교적 약한 아편유사제로, 강한 아편유사제에 비해 부작용과 의존성 위험이 낮아 선호된다[3,6]. 옥시코돈(oxycodone)이나 모르핀(morphine) 등의 강한 아편유사제는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3,6].
최근 연구에서는 oxcarbazepine, carbamazepine, valproate 등의 약물도 PHN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음이 보고되었고, 공식 지침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3,6,7].
결 론
PHN은 고령화 사회에서 중요한 건강 문제로, 환자의 삶의 질과 사회경제적 측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PHN의 효과적인 관리는 세 가지 핵심 전략에 기반한다: 첫째,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은 PHN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예방 전략이다. 둘째, 대상포진 발생 시 신속하고 적절한 초기 치료가 필수적이다. 항바이러스제의 조기 투여는 PHN으로의 진행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다. 셋째, PHN이 발생한 경우, 개별화된 다중 약물 요법이 필요하다. 단일 약물로는 대부분의 경우 충분한 통증 조절이 어려우며, 여러 기전의 약물을 병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치료 시에는 환자의 통증 양상, 동반 질환, 약물 반응 및 부작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치료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 의료진은 최신 치료 지침을 숙지하고,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PHN 환자의 통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