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 삼차신경병증은 뚜렷한 원인이 없이 발생하는 삼차신경병증으로 삼차신경 분포부위에 감각저하가 주증상이며 초기에는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제2분지나 제3분지에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고 운동기능은 보존되는 특징이 있다. 삼차신경병증의 뇌영상 소견은 주로 이차적 원인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1,2]. 특발성 삼차신경병증에서는 뇌영상소견에 대한 보고가 많지 않으나 삼차신경의 뇌수조분절(cisternal segment)에 미만성 조영증강이 있기도 하고, 뇌수조분절이나 신경절부위가 커진상태로 조영증강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3].
저자들은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삼차신경의 일부분만 조영증강을 보이는 특발성 삼차신경병증 환자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35세 여자가 한 달 전부터 발생한 왼쪽 얼굴 통증과 이상 감각으로 내원하였다. 얼굴에서도 왼쪽 아래턱 부위와 하악 치아에 저린양상의 지속적인 통증과 감각저하가 있었고, 혀의 왼쪽 부위도 감각이 둔하였다. 음식 맛은 정상적으로 느껴졌다. 외상은 없었고, 발열, 두통, 피부병변, 체중 감소 같은 동반증상은 없었다. 치과와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았으나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과거력과 가족력에서 특이사항은 없었고, 복용하는 약물도 없었으며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았다.
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다. 삼차신경의 제3분지인 아래턱신경이 분포하는 얼굴 부위에서 통증과 온도에 대한 감각저하가 관찰되었다. 저작근의 근력과 각막반사(corneal reflex)는 정상이었다. 다른 뇌신경 기능은 정상이었고, 팔다리의 근력과 감각, 심부건반사도 정상이었으며 병적반사도 보이지 않았다. 혈액검사에서 전체혈구계산 검사, 전해질검사, 생화학검사, 갑상선기능검사, 적혈구침강속도, 비타민 수치(비타민 B12, 엽산) 및 자가면역질환 관련 검사(항핵항체와 류마티스인자)는 정상이었다. 순목반사검사(blink reflex test)에서도 좌우 차이 없이 정상적인 반응을 보였다.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왼쪽 삼차신경의 아래턱신경에 해당하는 부위에 국소적인 조영증강 소견이 보였다(Fig. 1A, B).
검사에서 다른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아 특발성 삼차신경병증으로 진단하였다. 치료를 위해 항바이러스약제(famvir 750 mg)를 7일간 복용하였고, 스테로이드(Prednisolone 25 mg)는 10일간 복용 후 서서히 감량하였다. 치료 후에 통증은 호전되었으나 감각저하는 지속되었다. 석 달 후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상에서 왼쪽 삼차신경에서 보이던 조영 증강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Fig. 1C). 치료 5개월 지난 시점에서 감각저하는 처음보다는 호전되었으나 여전히 남아있었다.
고 찰
삼차신경병증은 흔하지 않은 뇌신경병증으로 종양, 결합 조직병, 외상, 감염 등에 의해 발생한다[1,2]. 가장 흔한 원인은 외상이고 병력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질병 중에서는 종양과 결합조직병이 흔하기 때문에 뇌자기공명영상검사와 류마티스질환에 대한 혈액검사가 진단에 중요하다. 그 외에 감염, 다발경화증, 뇌경색, 당뇨병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이러한 원인이 없는 삼차신경병증이 특발성 삼차신경병증이다[1,2]. 특발성 삼차신경병증의 주증상인 감각저하는 제2분지나 제3분지의 신경지배 부위에 주로 발생하고, 일부에서는 저린증상이나 경한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원인은 잘 모르나, 특발성 안면신경마비인 벨마비처럼 바이러스 재활성화나 감염을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수년까지 지속하기도 하지만 반정도의 환자는 완전히 호전되었다. 특히 급성 특발성 삼차신경병증 환자의 대부분은 수개월 내에 호전되었다
증례의 환자는 삼차신경의 제3분지인 아래턱 신경의 지배 부위에 감각저하가 있고, 검사에서 다른 질환을 시사하는 소견이 없었다. 치료 후 증상의 호전과 함께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보였던 비정상적인 조영증강이 완전히 호전되었기 때문에 특발성 삼차신경병증으로 진단하였다.
특발성 삼차신경병증에 대한 자기공명영상소견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벨마비에서처럼 뇌수조분절에서 신경은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만성의 조영증강을 보인 증례보고가 있다[4]. 이러한 영상소견을 토대로 발병 원인을 벨마비와 유사할 것으로 추측한다. 분지가 완전히 나누어진 이후에 위턱신경과 아래턱신경에 조영증강이 보인 증례가 국내에서 보고되었으나 추적검사를 하지 않아서 조영증강의 호전 여부는 알 수 없다[5]. 다른 보고에서는 신경 자체가 커진상태로 조영증강을 보여서 신경종이나 종양을 시사하는 소견이 뇌수조분절이나 멕켈즈강(Meckel’s cave)에서 보였다[3,6]. 하지만 수개월후에 시행한 추적검사에서 조영증강소견과 신경비대가 호전되었다. 따라서 신경종양이 의심되더라도 바로 수술적 치료를 하지 말고 추가검사를 시행해서 호전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증례의 환자는 뚜렷한 신경비대는 없으나 다소 강한 조영증강이 보여 추적검사를 시행하여 신경종양을 배제하였다. 또한, 뇌수조분절에서 가쪽만 부분적으로 조영증강을 보이는데, 뇌수조분절에서 삼차신경의 감각신경은 눈신경, 위턱신경, 아래턱신경이 안쪽에서 가쪽으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조영증강부위는 환자의 임상증상과도 일치한다[7,8].
특발성 삼차신경병증에서 삼차신경의 일부만 조영증강이 보인 예는 그동안 보고가 없었다. 증상이 아래턱신경이 해당하는 부위에 있으면서 영상소견에서도 아래턱신경이 위치하는 가쪽에만 부분적으로 조영증강을 보인 환자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