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야마병의 양상으로 나타난 케네디병: 증례 보고
Probable Kennedy Disease Mimicking Hirayama Disease: A Cas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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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Spinal and bulbar muscular atrophy (Kennedy disease) is an X-linked, adult-onset motor neuron disease characterized by slow, progressive weakness of the bulbar and extremity muscles with CAG triplet repeat expansion in the androgen receptor gene. Hirayama disease (HD) is characterized by the juvenile onset of asymmetric weakness and amyotrophy of the hand and is most common in males in Asia. We report a patient with atypical Kennedy disease presenting with asymmetric hand weakness and atrophy typical of HD.
유전성 운동신경세포병인 척수숨뇌근위축증(spinal and bulbar muscular atrophy)은 케네디병(Kennedy disease)이라고도 불리며, 아래운동신경세포의 퇴행이 진행되는 성염색체 열성질환으로 안드로젠(androgen) 수용체 유전자의 삼염기 반복서열이 비정상적 증폭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1,2]. 근위부 근육의 약화 및 근위축, 떨림, 숨뇌기능의 약화, 근육경련, 근섬유다발수축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이외에도 여성형 유방과 생식력 감소와 같은 내분비적 징후가 동반된다[1,2].
히라야마병(Hirayama disease)은 상지에 발생하는 양성국소근위축증으로, 주로 10대 남자에서 잘 발생하며, 후방 경막 천막낭(posterior dural sac)이 경추의 전각세포를 압박하여 유발된 국소적인 허혈이 발생 원인이다[3,4]. 편측 상지 원위부 근위약이 주 증상이며 수년 간 증상이 진행한 이후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임상 경과를 보이고, 목 고정 장치 사용을 통해 병의 진행을 방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3,4].
저자들은 편측 원위부 상지 근위약의 전형적 히라야마병 양상으로 발현되었지만 임상추정 케네디병으로 진단된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18세 남자가 좌측 손의 위약감을 호소하며 내원하였다. 외상의 과거력은 없었으나 목을 굽히는 자세를 취하거나 무거운 아령을 드는 동작 등의 운동을 많이 하였던 병력이 있었다. 약 8개월 전부터 키보드를 칠 때, 손톱을 깎는 동작에서 좌측 손에 불편감을 느꼈으며, 특히 4, 5번째 손가락에 힘이 약하고, 힘을 줄 때 간헐적으로 근육 경련이 있었으며, 위약감은 추운 환경에서 더욱 악화되었다. 목 통증이나 좌측 손의 저림 등 감각 증상은 없었다. 신경계진찰에서 좌측 4번과 5번 손가락 벌림 근력만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등급 IV로 감소되어 있으며, 좌측 첫째 등쪽뼈사이근(first dorsal interosseous muscle)과 새끼손가락벌림근(abductor digiti minimi)의 위축이 관찰되었고, 근섬유다발수축(fasciculation)은 없었다. 혈구 수치, 간기능, 갑상선, 지질, 당화혈색소, 혈중 크레아틴키나아제(creatine kinase), 헥소사미니데이스 A (hexosaminidase A), 중금속검사(납, 수은), 결합조직병검사 등 혈액검사는 정상이었다. 신경전도검사에서 좌측 척골신경(ulnar nerve)의 운동신경전도검사상 진폭이 감소되었고 잠시는 연장되었다. 근전도검사에서 좌측 경추 8번, 흉추 1번 근육분절의 상지근(first dorsal interossei, abductor pollicis brevis)에서 양성예파와 해당 부위에 거대 운동단위활동전위가 관찰되었으며, 이 외의 경부, 흉부 및 요부 척추옆근, 우상지, 좌하지에는 이상 소견이 없었다. 누워서 시행한 자기공명영상에서는 경추 7번, 흉추 1번 부위에 미세한 척수의 위축이 관찰되었으며, 인위적으로 경추를 굴곡시켜 시행한 자기공명영상에서 경추 5, 6, 7번에서 후방 경막 천막낭의 경미한 전방 변위가 의심되었다(Fig. 1). 이에 임상 양상 및 검사 소견을 바탕으로 히라야마병으로 추정진단을 하였고, 목 고정 장치 사용 및 경추 굴곡 운동을 배제하도록 추천하였다.
이후 2년 동안 좌측 상지의 근위약은 점차 악화되었고, 우측 손도 경미한 불편감을 느끼게 되었다. 양측 상지에서 근섬유다발수축이 발생하였고 양측 손에 떨림이 생겼다. 신경계진찰에서 좌측 4번째, 5번째 손가락 근육 외에 좌측 손목의 굴곡근도 MRC 등급 IV로 관찰되었고, 이외의 상지 및 하지 근육은 MRC 등급 V였다. 좌측 첫째 등쪽뼈사이근과 새끼손가락벌림근의 더욱 뚜렷한 위축이 관찰되었으며(Fig. 2), 8-10 Hz의 안정 시 떨림과 자세 유지 시 악화되는 떨림이 양측 손에서 관찰되었다. 근섬유다발수축이나 여성형 유방의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혈중 크레아틴키나아제, 간기능검사 등 혈액검사는 정상이었다. 추적 신경전도검사에서 좌측 척골신경의 운동전도검사에서 진폭의 감소와 잠시의 연장이 이전에 비해 악화되었고, 좌측 정중신경의 운동전도검사에서 진폭의 감소가 관찰되었다. 근전도검사에서 좌측 경추 7, 8번, 흉추 1번 근육분절의 상지근(first dorsal interossei, abductor pollicis brevis, flexor carpi ulnaris)과 우측 경추 8번, 흉추 1번 근육분절의 상지근(first dorsal interossei) 에서 양성예파와 해당 부위에 거대 운동단위활동전위가 관찰되었다. 이 외의 경부, 흉부 및 요부 척추옆근, 좌 하지, 구부(bulbar) 근육에서는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전에 히라야마병으로 추정 진단하였던 젊은 남성에서 목의 굽힘 운동을 제한하였지만, 이후에도 2년 이상 근위약의 지속적 악화, 양측 상지 근섬유다발수축 및 손떨림이 발생하였으며, 근신경전도검사상 좌측 상지 외에도 우측 손의 침범이 추가로 관찰되어, 케네디병 등 운동원성질환의 가능성도 고려하여 유전자검사를 시행하였다. 검사 결과 안드로젠 수용체(androgen receptor) 유전자검사상 CAG 반복서열이 36으로 증가되어 있음을 확인하여, 임상추정 케네디병으로 최종 진단하였다. 환자의 가계도 분석 시 형제나 모계쪽의 가족이 없어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다(Fig. 3). 이 후 10년간 경과 관찰하였고 구음장애, 삼킴곤란, 하지 위약, 혀 위축, 근섬유다발수축은 없으나 양측 상지의 근력은 서서히 악화되어 좌측 손가락은 MRC IV-, 우측 손가락은 MRC IV로 진행되었고 좌측 손의 근위축은 더욱 뚜렷해졌다.
고 찰
저자들의 증례는 히라야마병의 임상 양상으로 나타난 후 최종적으로 임상추정 케네디병으로 진단된 증례이다. 케네디병(척수숨뇌근위축증)은 유전성 하부운동신경질환으로, 글루타민을 암호화하는 안드로젠 수용체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CAG 반복서열의 비정상적인 증폭에 의해 발생한다[1,2]. 40만 명당 한 명 정도의 낮은 유병률을 보이고, 호발 연령은 약 30세에서 50세 사이이며, 성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어 남성의 경우 뚜렷한 임상 증상이 나타나고, 여성 보인자는 일반적으로 무증상 또는 경미한 증상을 보인다[1,2]. 진행성 비대칭적 근위부 상하지 및 숨뇌-얼굴근의 약화, 위축, 떨림 및 근육다발수축이 주요 증상이며, 안드로젠 불감증으로 여성형 유방, 생식력 감소 및 고환위축과 같은 내분비적 증상이 나타나기로 한다[1,2,5]. 이 질환은 근위축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과 비교 시 퇴행성 변화의 진행이 느리기는 하나 진행하는 양상의 운동 및 숨뇌 기능의 악화라는 측면이 유사하고, 이외에도 근육디스트로피(muscular dystrophy), 만성염증수초탈락여러신경병증(chronic inflammatory demyelinating polyneuropathy), 중증근육무력증(myasthenia gravis)과도 감별진단이 필요한 질환이다[2].
케네디병으로 진단된 환자의 90%에서 비정상적 신경전도검사 결과를 나타나며, 광범위탈신경위축, 전각세포(anterior horn cell)의 소실, 감각신경병증 등이 전기진단검사에서 흔히 발견되는 소견이다[1]. 케네디병은 X염색체(Xq11-12)에 위치하고 있는 안드로젠 수용체 유전자에서 CAG 반복서열검사를 통해 확진한다[1]. CAG 반복서열 길이와 근위약의 발병 연령 사이에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서, 더 많은 수의 CAG 반복을 가진 남성 케네디병 환자에서 더 빨리 질병이 발현되며 이에 따라 더 높은 중증도를 갖게 된다[1,2]. 본 증례의 경우 비교적 길지 않은 36개 CAG 반복서열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기에 발병한 근위약이라는 것이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 38개 CAG 반복서열 이상에서는 반드시 증상 발현이 관찰되며, 35개에서 37개의 CAG 반복서열을 가진 환자는 질병의 감소된 침투도로 증상 발현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가족력, 신경학적 검사 및 다른 가족 구성원의 유전자형과 표현형 상관관계에 따라 주기적 평가가 필요하다[1,4]. 케네디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까지 입증된 것이 없으며, 낙상, 골절, 흡인과 같은 질병의 합병증을 예방하는 보존적 치료를 주로 적용한다[1].
환자에서 처음 추정 진단을 하였던 히라야마병은 상지에 발생한 양성국소근위축증(benign focal amyotrophy)으로 일본, 중국, 인도 등의 아시아에서 주로 보고된다[3,4,6]. 평균 발생 연령은 18-25세이며, 남성에서 호발한다[3,4,6]. 임상 양상으 로 주로 일측성으로 상지 원위부의 근위약을 호소하며 특히 경추 7번에서 흉추 1번 사이에 관련된 원위부 상지 근육들의 위축이 흔히 보이며, 증상이 있는 손의 미세한 떨림, 추울 때 악화되는 불완전 마비(cold paresis)를 보인다[3,4]. 수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다가 병의 경과가 저절로 중단되는 것이 특징적 임상 경과이다[3,4]. 히라야마병은 경추 굴곡 시 후방 경막 천막낭이 전방변위되어 경추의 전각 세포를 압박하고 이로 인해 국소적인 허혈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당 부위의 척수 위축이 관찰될 수 있다[3,4]. 자가공명영상 촬영 시 경추를 굴곡시켜 시행하게 되고, 전형적인 후방 경막 천막낭의 전방 압박을 관찰할 수 있다[3,4]. 이러한 증상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청소년기의 급격한 성장 시 척추기둥(vertebral column)과 척수 사이의 길이성장 불균형으로 인해 후경막(posterior dura)의 분리되어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3,4]. 따라서 히라야마병은 목 고정 장치를 통해 반복되는 경추신경 손상을 방지하고 증상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3,4].
본 증례는 청소년기 남성에서 진행하는 일측성 원위부상지의 근위약과 근위축이 첫 증상으로 나타난 히라야마병의 전형적 임상 양상을 보였으나, 목의 굴곡을 방지하는 조치를 하여도 이후 2년 동안 지속적으로 근위약과 근위축이 진행하며, 특히 반대편 상지로도 증상이 진행하였고 양측 상지의 떨림과 근섬유다발수축 등이 발생하였다. 이에 케네디병 의심하 증상 발생 3년째 유전자검사를 시행하여 임상 추정 케네디병을 진단한 매우 드문 증례이다.
이에 저자들은 히라야마병 양상의 젊은 남자에서 목의 굴곡을 방지하는 조치를 하여도 계속 악화되는 근위약과 근위축의 진행 및 근육섬유다발수축이 광범위하게 관찰될 경우, 케네디병의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