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디스트로피는 팔다리의 근력 약화를 특징으로 하는 임상적 및 유전적으로도 다양한 유전성 신경근육질환이다. 근디스트로피의 원인유전자로 현재까지 62개의 유전자가 규명되어 있다[1]. 이 중 CAV3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에 의해 유발되는 카베올린병(caveolinopathy)은 서서히 진행하는 몸쪽 근육의 약화와 혈중 크레아틴키나아제(creatine kinase)의 상승, 근육세포의 괴사 및 재생을 특징으로 하는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limb-girdle muscular dystrophy)를 유발할 수 있다[2]. 그러나 CAV3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의 임상표현형은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 외에도 잔물결근육병(rippling muscle disease), 고크레아틴키나아제혈증, 먼쪽 근육병(distal myopathy)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다양한 표현형 간의 임상적 겹침이 있다[3]. 심지어 CAV3 유전자의 동일한 병원성 변이를 갖고 있는 한 가족 내에서도 환자들의 표현형이 서로 다른 것이 보고되기도 하였다.4 이러한 임상적 다양성은 카베올린병의 진단을 어렵게 만든다. 저자들은 CAV3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를 갖는 한국인 한 가족에서 한 명은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를, 다른 두 명은 고크레아틴키나아제혈증을 갖는 가족 내 임상적 다양성을 확인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32세 남자 환자(Fig. 1A, III-1)가 서서히 진행하는 양 팔다리의 근력 저하로 방문하였다. 10세 초반부터 팔다리의 근력이 약했고 팔굽혀펴기를 전혀 못했다고 하였다. 32세부터 계단 오를 때 자주 넘어져서 병원을 방문하였다. 환자는 간헐적인 근육통을 호소하였으나 심하지는 않았다. 32세에 시행한 신경학적 진찰에서 양 종아리 근육의 가성 비대 소견과 팔다리의 몸쪽 근육의 근력 약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Medical Research Council을 이용한 근력검사에서 양쪽 상지 몸쪽 근육은 4등급, 아래팔 근육과 수부 근력은 5등급이었다. 양측 하지 몸쪽 근육은 4등급, 먼쪽 근육은 5등급이었다. 환자는 독립 보행이 가능하였다. 감각 검사는 모두 정상이었다. 혈액 크레아틴키나아제는 1,908 IU/L (참고치: 55-170 IU/L)로 증가되었다. 침근전도검사에서 근육병에 합당한 소견이 관찰되었다. 좌측 위팔두갈래근(biceps brachii)근육에서 근육조직검사를 시행하였다(Fig. 2). 근육조직검사에서 근섬유 크기의 다양성이 현저하게 증가되어 있었고, 괴사된 근세포와 재생 근세포가 관찰되었다. 카베올린 3에 대한 면역조직화학염색검사는 정상적인 단백 발현을 보여주었다. 환자는 임상 양상과 근육조직검사를 바탕으로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으로 진단되었다. 근력 약화는 서서히 진행해서 39세에 환자는 평지에서 독립보행은 가능하였으나 바닥에서 앉았다가 스스로 일어날 수는 없었다. 39세에 전장엑솜염기서열분석(whole exome sequencing)검사를 시행하였고 CAV3 유전자의 NM_033337.3: c.296A>C (p.His99Pro) 이형접합변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Fig. 1B).
가족 구성원에 대해서 고전적 염기서열분석(Sanger sequencing) 을 시행하여 해당 변이를 확인하였다. 어머니(Fig. 1A, II-5)와 남동생(Fig. 1A, III-2)도 해당 변이를 갖고 있었다. 어머니는 근력 약화를 호소하지 않았고 남동생은 피로감을 호소하였으나 신경학적 진찰에서 근력 약화는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침근전도검사에서 근육병을 시사하는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고 두 환자(II-5와 III-2)의 혈액 크레아틴키나아제는 각각 317 IU/L와 819 IU/L로 상승되어 있었다. 병원성 변이 확인 후 환자(III-1)와 어머니(II-5)와 남동생(III-2)에게서 물리적 자극에 의해 물결 모양의 근육 수축 및 근육 융기가 있는지를 확인하였으나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환자는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로 두 가족(II-5와 III-2)은 고크레아틴키나아제혈증으로 진단하였다.
고 찰
본 증례에서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를 갖는 환자에서 전장엑솜염기서열분석을 통해 CAV3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를 규명한 후 고크레아틴키나아제혈증만 있는 다른 가족에서도 해당 변이를 확인하였다. 이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모두 같은 임상표현형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다음의 이유로 해당 유전자가 이 가족에서 보이는 근육병의 유전학적 원인으로 판단하였다. 1) 해당 변이가 있는 위치에 병원성 돌연변이가 많이 보고되는 위치이다. 2) 해당 변이는 다른 정상인의 데이터베이스에서는 보고가 되지 않은 변이이다. 3) 해당 변이는 여러 컴퓨터 기반의 분석에서 해당 유전자 또는 단백질에 치명적인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4) 해당 변이는 최근 연구에서 병원성 변이로 보고된 적이 있었다[5]. 따라서 미국의학유전학회의 기준에 따라서 해당 변이는 병원성 변이로 진단할 수 있었다[6].
카베올린(caveolin)은 세포막의 카베올라(caveolae)를 구성하는 주된 단백질로서 세포내 신호 전달, 소포 수송을 담당하며 카베올린1, 2, 3의 세 종류가 알려져 있다. 그중 CAV3 유전자에 의해서 발현되는 카베올린3 (caveolin-3)은 근육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하고 디스트로핀 당단백질 복합체에 연관되어 근육 세포막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7]. CAV3 단백질은 C-말단, N-말단, 중간 소수성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이 중간 소수성 부분은 세포막에 위치하는 부분이며, 카베올린 단백질 올리고머 및 카베올라 형성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간 소수성 영역에서 발생한 CAV3 병적 변이는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와 같은 심한 표현형을 나타내고, 나머지 영역에서 발생할 경우 임상적으로 약한 표현형을 보일 것이라는 가설도 제기되었다[7,8]. 본 증례에서 확인된 이형 접합 과오돌연변이인 c.296A>C (p.His99Pro)는 2020년에 한 차례 보고되었던 변이로[5], 이 변이가 발생한 위치는 중간 소수성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본 증례는 중간 소수성 영역에서 발생한 같은 변이가 가족 내에서 서로 다른 정도의 표현형을 보이는 예시를 입증하였다. 따라서 유전자 변이의 위치만으로는 다양한 임상 증상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이러한 연관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사례 보고와 연구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가족 내에서 하나의 CAV3 병적 변이가 다양한 표현형을 나타내는 증례는 기존에도 보고되었다. 한 독일 가계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는 다양한 가족 내 표현형의 차이를 보였다. 이 연구에서 신경학적 진찰을 시행한 9명의 환자 중에서 2명은 잔물결근육병을 동반한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로 진단되었고 5명은 잔물결근육병을 동반한 먼쪽 근육병으로 진단되었고 2명은 잔물결근육병만 있다고 진단되었다. 이러한 같은 유전자에서의 표현형 차이는 해당 유전자 외 다른 유전자들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되었다[4].
최근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에 대해 발표된 새로운 명명법 지침에 따르면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1C는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군이 아닌 잔물결근육병2 (rippling muscle disease 2)로 새롭게 분류되었다[9]. CAV3 유전자와 연관된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 환자들이 잔물결 현상과 근육통을 주로 호소하였기 때문이다. 본 증례에서 III-1 환자는 바뀐 분류법에 따르면 표현형을 잔물결근육병2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나 추적검사에서도 잔물결 현상을 확인하지 못하였기에 본고에서는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로 표현하였다.
현재까지 카베올린병의 병리기전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CAV3 이형접합변이의 경우는 기존의 면역조직 화학 및 웨스턴 블롯 분석 결과를 통해 우성-음성 효과(dominant-negative effect)의 기전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4,7].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로 구조이상의 CAV3 단백질이 야생형 단백질과 함께 불안정한 고분자 단백질 응집체를 형성하여 빠르게 분해된다는 연구도 있었다[10]. 실제로 본 증례의 경우를 보면 카베올린3에 대한 면역 조직화학염색검사에서 정상적인 단백 발현이 보였기 때문에 기능의 저하 때문이라기보다는 우성-음성효과의 병리기전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세포 또는 동물모델에서의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저자들은 CAV3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를 갖고 있는 한 가족에서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와 고크레아틴키나아제혈증이라는 서로 다른 임상 양상을 확인하였다. CAV3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를 갖는 환자의 다양한 임상표현형에 대한 인식은 환자의 진단과 유전상담에 중요하여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