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파행으로 발현한 압박마비취약유전신경병
Hereditary Neuropathy with Pressure Palsy Presenting as Intermittent Claudication
Article information
간헐파행(intermittent claudication)은 걷거나 운동을 하면서 장딴지, 넓적다리 또는 엉덩이와 같은 근육에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휴식을 하면 호전된다[1]. 대부분 말초동맥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운동 중에 동맥혈류가 감소하여 나타나는 혈관성파행이지만 신경성파행으로도 드물지 않게 나타날수 있다. 신경성파행은 대부분 척추관협착증이 있는 환자에서 걸을 때 좁아진 척주관(spinal canal)에 의해 신경뿌리가 압박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외의 원인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2]. 최근 저자들은 간헐파행으로 인한 보행장애로 와서 압박마비취약유전신경병(hereditary neuropathy with liability to pressure palsy, HNPP)으로 진단된 환자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한다.
43세 여자가 3주 전부터 걸을 때마다 반복되는 오른다리의 냉감과 통증으로 왔다. 환자는 10분 이상 걸으면 오른다리가 차가워지면서 힘이 없고, 뻐근한 통증이 나타나지만 누워있으면 곧 증상이 호전된다고 하였다. 1년 전부터 직장에 복직하면서 서있는 자세로 근무하는 시간이 길어 약 10 kg 의 체중이 감소하였고 과거력은 없었다. 가족력은 1남 2녀 중 첫째로 모두 건강하였고 환자와 같은 위약을 경험한 사람도 없었다.
신체진찰에서 오른다리의 피부가 차갑게 느껴졌으나 피부색의 변화는 없었다. 신경계진찰에서 근력 검사는 정상이었고 감각 검사에서 오른쪽 무릎 이하의 표재감각 저하가 확인되었다. 진동감각은 오른쪽 엄지발가락에서 느끼지 못하였고 위치감각은 보존되었다. 깊은힘줄반사 검사에서는 오른쪽 무릎반사와 발목반사가 소실되었으나 증상이 없는 왼쪽의 반사도 감소되어 있었고, 병적반사는 없었다.
피부표면온도를 안정 시와 15분 동안 걸은 뒤에 양쪽 발등과 장딴지에서 측정하였다. 안정 시에는 오른쪽과 왼쪽 발등이 각각 31.6도와 33.1도, 장딴지에서는 33.4도와 34.2도로 확인되어 오른다리가 왼다리에 비해 온도가 낮았다. 15분간 걸은 뒤의 피부표면온도는 발등에서는 각각 31.6도와 32.1도, 장딴지에서는 31.9도와 34.8도로 변화하여 오른쪽 장딴지의 피부온도가 보행 전과 비교하여 1.5도 감소하였고 왼쪽 장딴지의 피부표면온도는 0.6도 증가하였다. 발등동맥의 맥박은 정상적으로 촉지되었지만 혈관성파행을 감별하기 위해 하지혈관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였고 혈관의 이상은 없었다. 오금동맥포착증후군(popliteal artery entrapment syndrome)을 고려하여 발목을 움직이면서 검사한 동적초음파(dynamic ultrasound)에서도 오금동맥의 압박은 보이지 않았고 궁둥신경을 압박하는 병변도 보이지 않았다.
혈액 검사에서 혈당, 콩팥 및 간기능 검사에서 정상이었고 혈청단백전기영동(serum protein electrophoresis)에서도 이상 소견은 없었다. 항핵 항체, 항호중구세포질 항체, 항-SSA/Ro 및 SSB/La 항체를 포함한 자가 항체 검사에서도 이상은 없었다. 신경전도 검사에서 양쪽 온종아리신경의 복합근육활동전위의 진폭이 소실되었고 오른쪽 정강신경의 복합근육활동전위의 진폭이 왼쪽에 비해 감소되어 있었다. 양쪽 장딴지신경과 얕은종아리신경의 감각신경활동전위는 모두 소실되었다. 이외에도 오른쪽 정중신경과 자신경의 잠복기가 연장되었고, 오른쪽 정중신경의 운동신경을 제외한 모든 신경의 운동신경전달속도와 감각신경전달속도가 대부분의 구간에서 연장되어 있었다(Table 1). 원인을 알 수 없는 다발말초신경병의 감별을 위해 HNPP의 가능성을 고려 하여 염색체 17p12 부위에 위치한 PMP22 유전자를 다중결찰의존프로브증폭(multiple ligation probe amplification) 방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전체 엑손에서 이형접합결실(heterozygous deletion)돌연변이가 검출되어 HNPP로 진단하였다.
HNPP는 상염색체우성으로 유전되는 탈수초신경병으로 작은 물리 손상에도 쉽게 압박신경 손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첫 증상은 반복되는 단일신경병으로 나타나고 종아리신경(36%)과 자신경(28%)의 침범이 흔하나 손목굴증후군이나 궁둥신경마비로도 나타날 수 있다[3,4]. 진행하는 근위축 (progressive muscular atrophy)이나 중추신경의 탈수초 이상으로 발생하는 환자들이 드물게 보고되고 있으나 피부표면 온도의 이상을 동반한 간헐파행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보고된 바가 없다.
증례의 환자는 안정 시에 양쪽 발등의 온도의 차이가 1.5도, 장딴지에서는 0.8도의 차이가 났고, 15분 동안 걷고 난 뒤에 양쪽 발등과 장딴지의 온도는 각각 0.5도와 2.9도의 차이가 났다. Uematsu [5]에 따르면, 안정 시에 건강대조군의 경우 양쪽 피부표면은 0.24도의 차이가 나고 말초신경병이 있는 환자는 1.55도의 차이가 나므로, 의미 있는 피부표면온도의 차이를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말초신경병에 의한 피부표면온도의 이상은 당뇨신경병연구와 동물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으며, 동물신경손상모델에서 신경 손상부위에 시간이 갈수록 노르에피네프린을 함유한 교감신경다발이 소실되고 이와 동시에 혈관의 수축을 담당하는 물질인 dopamine-beta-hydroxylase와 neuropeptide Y가 감소하므로 교감신경 손상에 의한 혈관수축작용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한다[6]. 일반적으로 건강대조군은 보행 전후에 양쪽 발바닥의 온도가 30대에서는 평균 4.62도, 40대 이상의 경우 평균 5.49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7] 증례 환자의 경우는 오른쪽 장딴지의 온도가 감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증상이 없는 왼쪽 발등과 장딴지까지 온도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소견을 보여 무증상신경병에 의한 증상으로 생각된다.
말초신경병증에 의한 신경성간헐파행은 드물게 폐쇄신경이 엉치엉덩관절(sacroiliac joint)의 뼈겉돌기(osteophyte)에 의해 압박되거나[8] 또는 종아리신경의 포착증후군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9] 증례 환자는 동적 신경초음파에서 말초신경의 압박 소견을 확인하지는 못하였다. 다만, 최근 10 kg의 체중 감소가 있었고 서있는 자세로 근무하는 시간이 길어서 경미한 스트레스 손상이 반복되어 마비를 유발하였을 가능성을 생각하였다.
위 환자는 간헐파행 증상으로 HNPP를 진단한 환자로 간헐파행으로 내원한 환자에서 말초동맥질환이 없거나 척추 관협착증과 증상이 맞지 않는 경우 HNPP를 감별진단 중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