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백신 후에 발생한 길랭-바레 증후군 증례
A Case of Guillain-Barre Syndrome after COVID-19 Vacc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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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랭-바레 증후군(Guillain-Barré syndrome, GBS)은 감염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으로 유발된 급성 다발신경병(polyneuropathy)이다[1]. 특징적인 임상 증상은 빠르게 진행하는 상하지의 근력 약화와 이상감각이고, 뇌신경 이상에 의한 발음 장애와 삼킴장애 및 자율신경 이상, 호흡마비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상기도나 위장관 감염이 GBS 환자의 60-70% 에서 선행하고[2], 백신접종도 GBS의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한다[3]. 저자는 COVID-19 백신접종 후에 발생한 GBS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67세 남자가 4일전에 발생한 보행장애로 왔다. 열흘 전부터 양쪽 팔다리의 위약감이 발생하였고 점차 심해져서 보행이 불가능하였다. 손발에 저린 증상이 동반되었으나 구음 장애나 삼킴장애, 호흡 이상은 동반되지 않았다. 증상 발생 18일 전에 COVID-19 감염에 대한 예방접종으로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1차 백신을 맞았다. 상기도 감염이나 설사, 발열의 병력은 없었다. 과거력에서 자가면역성 간염과 고혈압, 당뇨병을 진단받고 면역억제제(azathioprine 50 mg/day), 항고혈압약, 당뇨약을 복용 중이었다. 가족력에서 특이한 점은 없었고, 술과 담배는 하지 않았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고 뇌신경기능은 정상이었다. 근력 검사에서 상지는 Medical Research Council 등급 4+, 하지는 4로 좌우 차이는 없었고, 근위부와 원위부의 차이도 없었다. 심부건반사는 양쪽 상하지에서 모두 소실되었다. 감각 검사에서 양쪽 엄지발가락에서 위치감각이 감소되었다. 일어선 상태에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웠고 보행은 불가하였다.
신경전도 검사는 양쪽 정중신경, 자신경, 종아리신경, 정강신경, 장딴지신경에서 시행하였다(Table 1). 운동신경 검사에서 오른쪽 정중신경, 왼쪽 자신경, 양쪽 종아리신경에서 전도차단(conduction block)이 있고, 모든 신경에서 전도 속도가 감소되어 있었다. 감각신경전도 검사는 진폭 감소와 전도속도 감소가 보였다. F파는 모든 신경에서 연장되어 있고 H반사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검사실 검사에서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aspartate transaminase)와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alanine transaminase) 가 각각 51와 104 IU/L (정상치 <40), 혈당 159 mg/dL (정상치 <109), C반응단백질 9.3 mg/L (정상치 <5.0), 크레아틴키 나아제 298 IU/L (정상치 <180), 적혈구침강속도가 56 mm/hr (정상치 <20)로 증가하고, 항핵 항체가 양성(역가 1:160) 소견을 보였다. 이러한 이상 소견은 자가면역성 간염과 당뇨병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나머지 전체혈구계산 검사, 전해질 검사, 생화학 검사, 갑상선기능 검사, 류마티스인자 검사에서 특이 소견이 없었다. 뇌척수액 검사에서 단백질이 172.2 mg/dL (정상치 <45)로 증가하였고 백혈구수가 10/μL (정상치 ≤5)로 약간 증가되었다. COVID-19 감염에 대한 검사는 음성이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길랭-바레 증후군으로 진단하였고,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IVIg 0.4 mg/kg/day)로 5일 동안 치료하였다. 7일 후에 추적 검사한 신경전도 검사에서 양쪽 하지의 감각신경 검사가 정상으로 호전되었고, 나머지는 큰 변화가 없었다(Table 1). 근력은 서서히 회복되어 손을 잡아 주면 보행이 가능한 상태에서 퇴원하였고 한 달 후에는 혼자 보행이 가능한 상태로 외래에 방문하였다.
현재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는 GBS 진단기준은 Asbury와 Cornblath [1]가 1990년에 기존의 진단기준을 보완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소견은 4주 이내로 진행하는 사지마비 증상과 심부건반사의 소실(또는 저하)이며, 뇌척수액 검사 결과와 전기진단 검사 소견을 참조하여 진단을 한다. 본 증례의 환자는 이러한 진단기준에 합당한 전형적인 임상 증상과 이상징후를 보였다. 신경전도 검사 결과는 환자가 앓고 있는 당뇨병을 고려해서 해석해야 하지만, 전도차단과 속도의 감소가 주된 이상 소견인 점과 일주일 후에 시행한 검사에서 하지의 감각신경이 정상으로 회복된 점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과는 맞지 않는다. 뇌척수액 검사에서도 알부민세포해리 소견이 관찰되었다. 백신접종 후에 발생한 GBS의 진단을 위해 만들어진 Brighton 기준은 GBS의 가능성이 높은 수준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하며[4], 가장 가능성이 높은 1수준 (level 1)은 대칭적인 사지마비와 심건반사의 감소(또는 소실) 및 일회성의 진행 양상 등 전형적인 임상 양상을 보이고 뇌척수액 검사에서 단백질 수치가 증가하고 백혈구 수가 정상이거나 경미한 증가(<50 cells/μL)를 보이며 신경전도 검사의 이상을 보이는 경우이다. 본 증례의 환자는 Brinhton 기준에서 1수준에 해당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COVID-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SARS-CoV-2) 표면의 스파이크 유전자를 침팬지의 아네노 바이러스를 벡터로 이용해서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체내로 들어온 스파이크 유전자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서 항체 생성을 유도한다. 백신은 드물지만 GBS의 유발요인 중에 하나이다. 1976년 돼지인플루엔자 백신접종 후에 높은 빈도로 발생한 GBS가 대표적이 예이고[3], 매년 접종하는 독감백신도 GBS의 빈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COVID-19의 대유행으로 인해 감염 자체에 의해 유발된 GBS 증례가 먼저 수차례 보고되었고[6],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백신에 의한 증례가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7]. 올해 7월 발표된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에 의하면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후에 227예, 미국에서 얀센 백신 후에 100예의 GBS가 확인되었고, 이는 아네노 바이러스를 벡터로 이용한 백신이 GBS를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은 GBS와는 관련성이 보이지 않았다[8]. 백신의 종류에 따른 GBS의 빈도, 임상 양상과 신경전도 검사 결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백신접종이 마무리되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독감 백신접종 후에 발생한 GBS에 대한 연구에서 임상 양상은 일반적인 GBS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신경전도 검사에서 축삭형과 탈수초형이 모두 관찰되어 동일한 백신에 의해 유발되어도 다양한 발병기전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9].
본 증례의 환자는 GBS의 전형적인 임상 증상과 징후를 보였고 치료 후에 정상적으로 회복하였다. 현재 전국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백신접종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GBS의 유발요인 중에 백신접종,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에 대한 병력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