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랑-바레 증후군과 유사한 약물에 의한 이차성 고칼륨혈증
Drug-Induced Hyperkalemia Mimicking Guillain-Barre Synd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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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진행하는 상행성의 운동마비와 심부건 반사소실은 길랑-바레 증후군의 특징적인 소견이지만 고칼륨혈증에서도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1]. 최근 저자들은 약물에 의한 이차고칼륨혈증과 연관된 상행운동마비를 경험하였다.
증 례
73세 여자는 1주 전부터 발생한 사지운동마비를 호소하였다. 이전에 뇌졸중이나 말초신경질환 등의 신경질환의 병력은 없었고 고혈압으로 3년 전부터 안지오텐신II수용체 차단제를 복용하였다. 그 외 특이한 병력은 없었다. 두 달 전부터 양측 무릎과 고관절의 통증이 발생하여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단받고 celecoxib 200 mg을 처방받아 복용하였고 한 달 전부터는 부종으로 lasix 20 mg과 spironolactone 25 mg을 처방받아 복용하였다.
운동마비는 다리에서부터 시작되어 팔로 진행되었고 증상 발생 이틀 만에 혼자 걸을 수 없을 만큼 급격히 진행하였다. 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양 하지는 근력등급 2, 양 상지는 근력등급 3이었고 감각신경은 모두 정상이었다. 무릎반사와 발목반사는 양측에서 보이지 않았고 기타 다른 신경학적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감각신경전도 검사에서 좌측 정중신경과 척골신경의 팔목-팔꿈치 구간에서 전달속도가 감소되었고 우측 정중신경의 손바닥-손목구간에서 전달속도가 감소되어 있었다. 좌측 비복신경과 표재비골신경의 감각신경전달속도는 느렸고 우측 표재비골신경의 감각신경활동전위 진폭이 감소되어 있었다. 운동신경전도 검사에서 좌측 정중신경과 비골신경 그리고 양측 후경골신경의 전달속도가 느렸고 우측 비골신경의 복합근육활동전위의 진폭은 감소되어 있었다(Table 1). F파형과 H반사는 모두 정상적이었고 잠복기도 정상범위였다. 근전도 검사와 반복신경작극 검사도 정상 소견이었다. 신경전도 검사의 이상 소견은 탈수초병이나 축삭변성질환으로 판별할 만큼 뚜렷하지 않았고 대부분 정상과 경계선상범위에 속했다.
혈액 검사에서 칼륨이 7.9 mmol/L, 총 CO2는 13.5 mmol/L로 고칼륨혈증의 대사성 산증 소견을 보였고 blood urea nitrogen 59.8 md/dL, creatinine 1.87mg/dL였다. 전혈구 검사, 간기능 검사, 갑상샘기능 검사 등은 모두 정상이었고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콩팥의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앙와위(supine) 혈청 레닌활성도는 0.31 ng/mL/hr (정상 0.32-1.84), 앙와위 알도스테론은 1.56 ng/dL (정상 1.76-23.2)로 약간 감소되었고 아침에 측정한 혈청 코르티솔은 3.8 μg/dL (정상 4.82-19.5)로 정상범위였다. Celecoxib와 spironolactone에 의해 제4형 고칼륨혈증 신세뇨관산증이 발생한 것으로 진단하여 모든 약물투여를 중단하고 응급으로 고칼륨혈증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였다. 적절한 수액공급과 영양공급 후 혈청 칼륨은 서서히 떨어져 입원 5일만에 3.6 mmol/L로 정상화되었고 환자의 근력 감소도 점차로 호전되어 정상적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
고 찰
고칼륨혈증은 혈중칼륨 농도가 5.5 mmol/L 이상인 상태로 나트륨 통로의 유전적 결함에 의해 발생하는 일차성 원인과 신장질환, 약물, 내분비질환 등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성 원인이 있다. 이차성 고칼륨혈증의 흔한 원인들로는 신부전, 저알도스테론증, 횡문근융해증 등이 있고 스피로노락톤,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 앤지오텐신변환효소억제제 등과 같은 약물에 의해서도 비교적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 본 증례는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와 칼륨보존이뇨제에 의해 발생한 이차성 고칼륨혈증으로 신기능은 약간 떨어진 상황에서 약물에 의한 제4형 고칼륨혈증 신세뇨관산증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고칼륨혈증의 증상으로는 심장 이상, 근육통, 근력 감소, 감각 저하, 호흡곤란, 소화기장애 등이 있고 이는 세포외액의 칼륨농도 증가에 의해 발생하는 탈분극과 연관이 있다. 세포내외액의 칼륨 농도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세포막의 탈분극은 그 속도가 느려 그 자체로 활성전위를 만들지 못하고 세포외액의 칼륨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나트륨 통로는 비활성시키고 칼륨 통로만 활성화시켜 막전위전달의 불능화가 발생한다[1-6]. 약간의 고칼륨혈증은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피로, 심계항진, 무력감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만 보인다. 혈중 칼륨이 6.5 mmol/L 이상인 경우는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는 내과적 응급상황으로 빠른 대처와 치료가 필요하다[2,4-6].
이론적으로 고칼륨혈증은 저칼륨혈증처럼 사지마비를 유발시킬 수 있지만 저칼륨혈증처럼 사지마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고 길랑-바레 증후군처럼 상행하는 사지마비가 몇몇 증례로만 보고되고 있다[5]. 고칼륨혈증에서 신경전도 소견은 몇몇 증례를 통해 탈수초다발말초신경병의 진단기준과 부합한 이상 소견이 보고되기도 하였는데 본 증례에서는 뚜렷한 이상은 없었다. 특히 초기 길랑-바레 증후군에서는 본 증례처럼 뚜렷한 신경전도 검사의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길랑-바레 증후군 초기에 F-파형과 H-반사의 이상이 잘 동반되는 것과 달리 고칼륨혈증에서는 F-파형과 H-반사가 정상 소견인 것이 감별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1-6]. 급성으로 상행하는 사지마비 환자가 올 때 혈청 칼륨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고 가족력이 없는 고칼륨혈증이 발생한 경우 신기능이상과 약물에 의한 이차성 고칼륨혈증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