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안와근염은 외안근의 비감염염증으로[1-3], 특발안와염(idiopathic orbital inflammatory disease)의 범주에 속한다. 특발안와염은 광범위한 안와염증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안와근염, 눈물샘염(dacryoadenitis), 상공막염(episcleritis), 신경다발막염(perineuritis) 등의 국한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4,5].
특발안와근염은 드문 질환이지만, 외안근질환으로는 갑상샘눈병증(thyroid eye disease) 다음으로 흔하다[6]. 전형적인 특발안와근염은 급성으로 한쪽 눈에 발병하고, 통증을 동반한 복시와 안구운동장애를 보이며 경구 코티코스테로이드 치료에 잘 반응한다[1,6].
급성 눈꺼풀처짐은 3번 뇌신경마비, 호르너 증후군, 중증근무력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특발안와근염에서 통증, 복시, 안구운동장애를 동반하지 않고 눈꺼풀처짐만 발생한 증례는 매우 드물게 보고되었다[7-10]. 저자들은 단독 눈꺼풀처짐을 보인 특발안와근염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2세 남자가 3일 전 발생한 우측 눈꺼풀처짐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증상의 일중변동은 없었고 통증, 복시, 시력 저하는 동반되지 않았다. 과거병력, 가족력, 약물 복용력은 모두 없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심한 우측 눈꺼풀처짐이 있었고 피로도(fatigability)는 관찰되지 않았고, 안구운동범위도 모두 정상이었다(Fig. 1). 양측 동공의 크기는 같고 동공반사는 정상이었으며, 결막부종과 안구돌출증도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 검사 결과 백혈구 6,360/μL, 적혈구침강속도 27 mm/hr, C-반응단백질 <0.20 mg/dL, 크레아틴키나제 185 IU/L 모두 정상이었고, 갑상샘호르몬도 T3 104 ng/dL, fT4 6.4 μg/dL, TSH 1.17 mIU/L로 정상이었다.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류마티스인자(rheumatoid factor), 항중성 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골수세포과산화효소(myeloperoxidase)항체, 단백질분해효소-3 (proteinase-3)항체, 항아세틸콜린수용체항체 모두 음성이고, 뇌척수액 검사결과 적혈구 0/mm3, 백혈구 7/mm3, 포도당 65 mg/dL, 단백질 51.5 mg/dL였다.
고 찰
특발안와염은 안와염증거짓종양(orbital inflammatory pseudotumor), 비특이안와염(nonspecific orbital inflammation), 특발안와염증 증후군(idiopathic orbital inflammatory syndrome) 등 다양하게 부르고, 안와내 여러 구조의 광범위한 염증을 보이는 염증거짓종양이나 안와근염, 눈물샘염, 상공막염, 신경다발막염 등의 단일구조에 국한된 염증으로 나타난다[4,5]. 특발안와염은 주로 40대에 발생하며 남녀비율이 비슷하다[5].
특발안와근염은 특발안와염의 범주에 속하는 외안근의 비감염염증으로[1-3], 갑상샘눈병증 다음으로 흔한 외안근질환이고[6], 주로 20-30대에 발생하며 여자에서 더 흔하다[1-3,11]. 특발안와근염의 진단 기준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지만, 특징적인 임상 소견과 영상 소견으로 안와근염을 진단한 후 안와근염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질환을 배제함으로써 특발안와근염을 진단하고, 코티코스테로이드에 대한 반응도 특발안와근염의 진단에 도움이 된다[12].
대부분의 특발안와근염은 급성으로 발병하고 한쪽 눈에 국한되지만, 아급성이나 만성으로 발병하기도 하고 양쪽 눈에서 동시에 발생하거나 순차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1,3,4,6,12]. 특발안와근염의 주증상은 안와통증, 복시, 안구운동장애이고, 결막충혈, 결막부종, 안구돌출증 등의 안구염증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안와통증은 특발안와근염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안구운동시 심해지고, 특히 염증이 있는 근육에서 멀어지는 움직임에서 통증이 더 심하다[1,2,11,13]. 지방억제 조영증강 T1강조 자기공명영상이 외안근의 병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영상 프로토콜로, 외안근은 정상적으로 조영증강을 보인다. 전형적인 특발안와근염은 한쪽 외안근 1-2개에서 조영증강이 더 뚜렷해지고 외안근 비대가 관찰되며, 주변의 지방, 근육힘줄접합부, 힘줄도 침범된다[14]. 특발안와근염이 발생하는 외안근의 빈도는 연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외직근, 내직근, 상직근에서 다른 외안근보다 더 흔하다[3,12,13].
특발안와근염에서 통증, 안와부종, 복시, 안구운동장애를 동반하지 않고 단독 눈꺼풀처짐만 발생한 증례는 매우 드물고[7-10], 특발안와근염에 의한 눈꺼풀처짐으로 보고된 증례들에서 통증이나 안와부종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았다[15-19]. 급성 눈꺼풀처짐은 3번 뇌신경마비, 호르너 증후군, 중증근무력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3번 뇌신경 마비는 보통 복시나 안구운동장애가 동반되고 압박병변이 원인일 경우 동공확장이 먼저 유발되지만, 동공이 정상이고 전형적인 두통이 없는 뇌동맥류 압박에 의한 단독 눈꺼풀처짐의 증례들이 있다[20-22]. 호르너 증후군은 눈꺼풀올림근은 정상이고 뮐러근만 침범되기 때문에 눈꺼풀처짐이 심하지 않고, 동공수축이 동반된다. 그리고 중증근무력증에서 나타나는 눈꺼풀처짐은 일중변동이 특징이다. 단독 눈꺼풀처짐이 있는 환자에서 특발안와근염을 포함한 이들 질환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겠다.
본 증례는 자기공명영상에서 우측 상직근/눈꺼풀올림근복합체와 내직근의 비대가 관찰되지만 눈꺼풀처짐만 나타나고 안구운동장애는 없었고, 자기공명영상에서 상직근/눈꺼풀올림근복합체, 내직근, 상사근의 비대가 관찰되지만 눈꺼풀처짐만 나타나고 안구운동장애는 없는 특발안와근염 증례보고도 있다[9]. 특발안와근염 환자의 안구운동장애를 염증이 있는 외안근과 안구운동장애의 벡터에 따라 마비형과 제한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환된 외안근 방향으로 안구운동이 제한된 경우를 마비형, 이환된 외안근의 반대방향이나 다른 방향으로 안구운동이 제한된 경우를 제한형이라한다[3,23]. Siatkowski 등[3]은 특발안와근염 증상발생 후 10일간은 이환된 외안근의 기능이 정상이고, 11-14일에 마비형 안구운동장애, 17-24일에 제한형 안구운동장애가 나타난다고 하였다. 특발안와근염 환자에서 이환된 외안근에 의한 안구운동장애가 발병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고 본 증례에서 이환된 외안근에 의한 안구운동장애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영상 검사에서 외안근의 비대는 안와근염 외에 갑상샘눈병증, 안와연조직염, 목동맥해면굴샛길(carotid cavernous fistula), 암 전이나 림프종 등에서 관찰된다[4,14,24]. 갑상샘눈병증은 서서히 발병하고 주로 양쪽에서 나타나고 통증이 없으며, 영상 소견으로 안구돌출, 안와지방의 증가, 외안근의 비대, 외안근의 지방침착 등을 보인다[24]. 영상 소견으로 특발안와근염과 갑상샘눈병증의 감별이 어려울 수 있지만, 특발안와근염은 근육힘줄접합부와 힘줄의 침범을 보이고 외직근과 내직근의 비대가 가장 흔한 반면, 갑상샘눈병증은 근육힘줄접합부와 힘줄은 정상이고 하직근과 내직근이 먼저 침범된다[1-3,5,12,14,23]. 그러나 영상 검사에서 근육힘줄접합부와 힘줄이 정상이라고 해서 특발안와근염을 배제할 수는 없으며, 본 증례도 근육힘줄접합부와 힘줄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안와연조직염을 포함한 안와감염은 대부분 부비동염에 의해 발생하고 안와골절을 동반한 외상이나 이물질에 의한 이차감염이 다음으로 흔한 원인이고, 발열, 백혈구 증가, 두통, 전신병감, 식욕 저하와 같은 전신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25,26]. 목동맥해면굴샛길에서 나타나는 안구운동장애는 해면정맥굴이 확장되거나 혈전이 생기면서 발생하고, 6번 뇌신경이 해면정맥굴내에서 속목동맥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6번 뇌신경마비에 의한 외직근마비가 가장 흔하다. 목동맥해면굴샛길은 안와의 컴퓨터단층촬영이나 자기공명영상에서 안구돌출증, 위눈정맥의 확장, 외안근 비대, 해면정맥굴의 확장이 관찰될 수 있고, 혈관조영술로 확진한다[27]. 전이와 림프종도 특발안와근염과 비슷한 영상 소견을 보일 수 있으며 확산강조영상이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전이와 림프종에서 겉보기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가 염증에 의한 병변보다 낮다[11,14,28-30].
안와근염을 유발할 수 있는 전신질환에서 면역글로불린 G4 관련 질환(immunoglobulin G4-related disease)과 염증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이 가장 흔하고, 유육종증, 홍반루푸스, 거대세포심근염, 사슬알균감염후인두염(poststreptococcal pharyngitis), 류마티스관절염, 호산구육아종증다발혈관염(eosinophilic granulomatosis with polyangiitis), 베체트병, 육아종증다발혈관염(granulomatosis with polyangiitis) 등이 보고되었다[6,11]. 본 증례에서 전신질환을 시사하는 임상증상은 없었고 염증지표와 자가면역항체 검사는 모두 정상이었고 혈청 면역글로불린G4는 측정하지 못하였다.
특발안와근염의 발병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포면역과 체액면역이 모두 관여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생각된다[11]. 특발안와근염 치료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용량은 경구 프레드니손 20-120 mg에서 메틸프레드니솔론 정맥주사 1,000 mg까지 다양하고, 대부분의 환자는 스테로이드 치료 후 수일에서 수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거나 완화된다[1,13]. 프레드니솔론 1 mg/kg/day 복용 후 48시간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특발안와근염의 진단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고[12], 본 증례도 프레드니솔론 1mg/kg/day 복용 하루 만에 눈꺼풀처짐이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특발안와근염은 다양한 임상양상을 보일 수 있지만, 안와통증, 복시, 안구운동장애, 결막충혈, 결막부종, 안구돌출증이 주증상이기 때문에 임상적으로는 안와감염, 목동맥해면굴샛길, 전이와 림프종 등이 주요 감별질환들이다. 그리고 영상 검사에서 외안근의 비대를 보이는 갑상샘눈병증과의 감별이 중요한데, 근육힘줄접합부와 힘줄의 침범 여부와 침범된 외안근의 분포가 감별에 도움이 되고, 갑상샘호르몬 검사를 꼭 시행해야 한다. 매우 드물지만 본 증례처럼 눈꺼풀처짐으로 발현되는 특발안와근염도 가능하기 때문에 눈꺼풀처짐의 감별진단으로 다른 질환들과 더불어 특발안와근염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안와근염이 임상 소견이나 영상 소견으로 의심된다면 안와근염을 유발할 수 있는 면역글로불린G4 관련 질환이나 염증장질환 등 원인질환을 배제한 후 코티코스테로이드치료를 시작한다. 대부분의 특발안와근염 환자는 스테로이드 치료 후 수일에서 수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거나 완화되기 때문에 치료뿐만 아니라 특발안와근염의 진단을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